즐겨요,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니까요! "자토이치"

2021. 4. 13. 23:04Moviee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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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토이치'는 도박과 마사지로 생계를 이어가는 맹인 방랑자예요.

하지만 이 남루한 행색의 사내에겐 외모와는 달리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번개처럼 빠르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대를 찌르는, 전광석화 같은 검술!
민심이 흉흉한 어느 마을에 당도한 자토이치. 그는 도박장에서 비밀스러운 게이샤 자매를 만나게 되죠.

치명적인 미모를 지닌 '오키누'와 그녀의 남동생 '오세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신분을 위장한 채 주점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한편, 마을에 군림한 채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긴조'는 숙적들을 처단하기 위해 떠돌이 무사인 '하토리'를 고용하게 되구요.

이렇게 모인 맹인 검객, 게이샤 자매, 떠돌이 무사. 피할 수 없는 대결 앞에 선 이들이 모여 자토이치 이야기가 시작되요.

 



씨네21에서 정말 이 영화의 평을 한 마디로 멋지게 한 것을 인용하자면, 

"키타노 타케시, 네멋대로 해라!!"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배우 키타노 타케시. '배틀로얄'에서 악랄한 선생님으로 나와서 ' 오네가이 시마스~ '를 외치던 그가 이 영화에서는 메가폰을 잡고 게다가 주연까지 맡았어요.

이 영화에서는 그의 기발함이 곳곳에서 보이는데요~ 하나씩 짚어보도록 할게요~ ^-^

첫째, 배경음악과 화면속의 인물들의 행동의 일치

이 영화에서는 배경음악과 화면속의 인물들의 행동이 일치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해요.

그것은 여타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배경음악 중 효과음 일부분에 맞춘 행동'을 넘어서서 화면속의 인물이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거든요.

농부들이 밭을 가는 모습, 아이들이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모습, 목수들이 집을 짓는 모습.. 또 이 장면은 영화상영 시간 중에서 꽤 긴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장면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이 영화에는 애초에 배경음악이라는 것이 없지만, 화면속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이 내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는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죠. ^-^

 


둘째, 자토이치라는 인물의 설정

여기서 기타노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보면요,
"원래 자토이치는 검은 머리에 평범한 색상의 기모노를 입고 갈색 지팡이검을 지니고 있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로 지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나의 자토이치는 금발 머리에 핏빛 같은 붉은 지팡이검을 지녔다. 그리고 내가 강조한 자토이치는 착한 사람들과 섞이지 않는다. 그는 단지 나쁜 놈들을 죽이기만 할 뿐이다."

 

원래는 평범한 노인과도 같은 자토이치가 이 영화에서는 기타노 감독의 말대로 금발에 파란 쫄바지를 입고, 붉은 지팡이검을 지닌 독특한 캐릭터로 나오거든요~

심지어 이 영화에서의 자토이치는 푸른 눈을 가지고 있다죠;;; 

이 영화에서의 자토이치는 결코 예사로운 인물이 아니예요.

검을 거꾸로 들고 마구 피를 뿌리며 사람을 죽이면서도 자신만의 상징을 남기거든요. 쾌걸 조로가 'Z'자를 새긴 것을 보고 감동이나 받은 듯, 자토이치는 일명 가위베기라는 기술로 적들의 몸에 '<' 자를 마구마구 새겨넣죠.

'헤헤헤' 하면서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는 자토이치는 기타노 감독이 연출한대로 '그저 나쁜 사람들을 베는 나쁜 놈인지 착한 놈인지를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사내'인 것 같아요.

 


셋째, 자토이치의 검을 따라 꽃처럼 피어나는 피 그리고 피

혹자는 자토이치에서 흩뿌려지는 피를 보고 '앗 이게 무슨 15세 관람가냐? 19세 아니냐? 너무 잔인하다'라는 평을 하던데요...

글쎄요... 제가 눈을 뜨고 영화를 감상해본 결과로는.. 이 영화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만큼 CG(Computer Graphic)가 티가 나더라구요.

여타 영화처럼 실제와 같이 만들어 도저히 실제와 분간이 안되는 CG를 추구하는 것이 현대 감독의 생각일 텐데, 이 영화는 눈을 뜨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CG로 피를 표현했거든요;;

가짜 피는 티가 그렇게 나면서도 '난 진짜 피오'라고 외치면서 화려하게 개화하는 꽃잎처럼 흩어지는 걸 보면..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던걸요;;;; 

어쩌면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하지만 티가 나는 그런 피인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과연 이런 것이 CG의 강국 일본이 뽀록낸 CG일까요?... 이런 생각보다는 감독의 의도적인 연출이라는 생각이 더 타당한 것 같죠~? ^-^

 

검객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러울테니 배제할 수는 없겠고.. 연출되는 피가 너무나 실제와 비슷해버리면, 관객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어.. 영화를 즐기는 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겠다..  그런 것은 키타노 감독이 추구하는 영화가 아니지 않을까요? ^-^;; 

 

그러니까.. 이 영화는 즐기기 위한 영화인거죠. 단순한 줄거리와 시시한 인물 설정이라는 탄탄한 기반으로 제작된(?).. 관객이 재미있게 볼 생각으로 볼 영화가 아닌, 감독이

'재미를 위한 영화'

라는 컨셉(Concept)을 가지고 만든 영화라는 거죠.

이 영화를 보고 있자니..감독이 장난을 걸어오는 것 같던걸요?

'분명 티가 나지만 그것은 피다. 하지만 절대로 실제 상황이 아님을 인지하고 그저 즐겨라. 이건 영화일 뿐이다!!'

 

 

넷째, 유럽의 영화 평론가를 경악하게 만든 앤딩, 바로 탭댄스 씬

이 영화가 끝을 향해 달려갈 때 영화는 관객에게 리드미컬한 배경음악을 깔면서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조장해요. 그리고 Last scene!! 자토이치가 조직의 보스를 죽이며 자토이치의 Blue Eyes가 나타날 때 즈음부터 알 수 없는 탭댄스 공연이 시작되요.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여기서 기타노 감독의 인터뷰 인용해보면요..
"일본 시대극의 결말을 항상 똑같았다. 예를 들어, 영웅이 마을 떠나 논길을 따라 걸어 가거나, 밭을 갈던 농부들이 일을 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한다던가 춤을 추는 장면이 그것이다. 첫번재 시대극을 만들게 되었을 때, 난 '시대물이라고 전형적인 해피엔딩이어야 할 이유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탭댄스라고 안 될 이유가 뭐 있겠어?'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난 내 시대극에 있어 전형적인 축제춤을 현대적인 공연으로 만들었다."

 

생각을 깊게 할 게 아닌 것 같네요.. 그냥 즐기시라고 만든 탭댄스 씬인 것 같습니당. ㅋㅋ
너무나도 경쾌한 탭댄스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덩실거리게 하구요~ 화면에는 캐스팅 멤버 리스트로 깔끔하게 연결을 해버려요.

참으로 기가 막힌 엔딩이죠.. 나름 한 작품이 마무리된다는 기승전결의 '결'을 예상하던 관객의 머리에 '소류켄~~' 을 날리며 영화는 그렇게 문을 닫아버리죠 ㅋ

이정도가 된다면.. 들리지 않나요? 기타노 감독의 목소리가..?

'아, 글쎄! 이건 영화라니까~ 마음껏 즐겼지? 헤헤헤'

한마디로 정말로

청량한 느낌

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영화다.'라는 걸 여지없이 다시 가르쳐주는 그런 영화요! 

영화가 삶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영화의 본질은 영화라는 것을 잊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그런 영화랄까요?ㅎㅎ

예전에 한동안 심각한 영화를 찾아보던 제게 찾아온 자토이치였기에 더욱 짜릿했던 것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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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004/05/25 Tue 11:45:30에 개인 홈페이지에 올렸었던, 제가 정말로 힘을 들여 딴에는 제법 진지하게 영화 감상을 적어 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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